영화 서프러제트 

울고싶지 않았다. 끝까지 울고싶지 않았다. 감정적이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제일 소름인건 남편 벤 위쇼의 행동이다.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하나 변한거 없고 여성인권은 여전히 바닥이고 조롱당하기 일쑤이다. 과연 우리는 뭘까? 우리는 왜 가장 많은 약자이고 소수인가.

너 메갈이야? 나 당신 서프러제트야? 라는 위쇼의 말이 왜 인지 모르게 참 같이 들린다.

그래 당연히 서프러제트. 당연히 페미니스트.


2015년 달라진 것 없는 2018년 그리고 우리는 내일 일어나도 변함없는 사실에 좌절해야한다,

여전히 세상은 페미니즘은 정신병 이라고 외치는 주류 남성들이 존재하기에


" <서프러제트> 속 남성 캐릭터 가운데 현대 관객인 내게 가장 위협적이었던 인물은 성추행을 일삼는 악덕 공장주가 아니라, 주인공 모드(캐리 멀리건)의 온화한 남편 소니(벤 휘쇼)였다. 아내와 같은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인 그는 아내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퇴근 후 어린 아들을 거두는 일은 전적으로 모드의 몫이다. 시위 현장에 휩쓸려 유치장에서 종일 고초를 겪다 돌아온 밤에도 모드는 “식사는 했어요? 홍차 끓일까요?”라고 미동 없이 앉아 있는 남편에게 묻는다. 이에 소니는 아내의 안부를 묻는 대신 다시는 자기를 수치스럽게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모드가 참정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즈음 소니가 무심코 던지는 질문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소름 끼치는 대사다. "투표권? 당신이 투표권을 가져서 뭘 하려고?" 깜짝 놀란 모드는 대답한다. "뭘 하긴? 투표를 하지. 당신처럼." <서프러제트>의 이런 장면들은 더이상 시대극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도 페미니즘이 문명사회의 기본 아이디어일 뿐임을 주변에 이해시키려고 애쓰는 여성들을 제일 깊이 좌절시키는 벽은, 다른 주제로는 원활한 대화가 가능했던 남성 친구, 가족 구성원, 동료들의 차별주의를 내장한 천진난만한 반문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서프러제트>의 활동가들이 미디어에 목소리를 반영시키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던지고, 남성들이 장악한 통신 시설을 타격했던 데에는 실질적, 상징적 이유가 있다. 여성들은 먼저 편향에서 언어를 건져내고 정련해야 한다."

김혜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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