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영하 작가를 좋아한다.
그의 다른 모든 사생활은 필요없다. 그저 그가 쓴 글과 그가 말한 생각들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누가 그의 이러 이러한 점이 안좋다고 말해도,
아직은 내가 겪은, 미디어에 비친 김영하의 단상이 좋기때문에 이 글을 써본다.
그가 좋은 점. 배울점이 있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에요. 잘못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훨씬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 없는 술자리에 너무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어떤 남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 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결국 모든 친구들과 다 헤어지게 되요. 이십대에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그 친구들과 앞으로도 많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렇잖아요. 다 헛되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이런게 더 중요한 거에요. 모든 도시를 다 가보고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그래도 영혼을 구하지 못하면 인간은 불행해요.밤새 술먹고 그런거 안했어야 하는데.
요시모토 바나나가 어릴 때 친구도 안 만나고 책만 읽었대요. 작가의 아버니가 요시모토 다카아키라고 유명한 학자인데, 일본 같은 사회에서 친구 없이 지낸다는 건 좀 위험한 일이다, 아이가 이상하다, 주변에서 걱정을 하니까 그가 그렇게 말했대요. 친구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가 그냥 책을 읽게 내버려두라, 인간에게는 어둠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거예요. 동감이에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둠이에요. 친구들 만나서 낄낄거리며 웃고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면 당시에는 그 어둠이 사라진 것 같지만 실은 빚으로 남는 거예요. 나중에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해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이제 뭔가를 시작하려는 우리는 "그건 해서 뭐하려고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하는거야" "미안해. 나만 재밋어서"라고 말하면 됩니다. 무용한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니까요.
아이를 낳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한 이유
"저는 삼십대 초반에 이미 결정을 내렸어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요. 그러면 내 삶이라는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그냥 살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살아지는 것이라면, 그럼 세계는 뭐냐? 세계는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이 존재하는 것이죠. 저는 우주에 관한 책을 굉장히 좋아해요. 빅뱅 같은 천체물리학에 관한 책들을 좋아하고, 스티븐 호킹의 책도 좋아해요. 그 책들을 보면서 우주에서 신성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냥 인간이라는 것은 우주의 한 점 먼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휴머니즘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죠. 인간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세계도 바꿀 수 있고, 그밖에 어떤 의미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 반면, 저는 그 반대편에 있어요. 저는 인간들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어리둥절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은 죽어 사라지는 존재라고 봐요. 물론 영생에 대한 관념들도 있지만, 저는 그런 관념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것에 관해서는 뭐랄까, 아주 오래 전부터 도저한 허무주의를 갖고 있었어요. 제가 이십대 후반에 쓴 소설에 나타난 허무주의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젊어서 그럴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보신 분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을 거예요. 앞으로도 저는 별로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말하다.
76page
그러나 예술가는 '될 수 없는 수백 가지의 이유'가 아니라 '돼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로 예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89page
아마도 칼 세이건의 말일 텐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말이었어요.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내 생애에 우주를 전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99page
결국 인간은 이미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며 발버둥치다가 마침내 그 운명으로 걸어들어가는 존재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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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명의 독자가 있다면 백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 백 개의 세계는 서로 완전히 다릅니다. 읽은 책이 다르고, 설령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그것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다릅니다. 자기 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대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그렇게 단단하고 고유한 내면을 가진 존재들, 자기 세계를 가진 이들이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세계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입니다.
36page
많은 돈을 벌거나 명예를 쌓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우리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감각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깊게 느끼는 삶, 남과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내면을 구축하는 삶, 이런 삶의 방식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잘 느끼자. 감성 근육을 키우자. 그리하여 함부로 침범당하지 않는 견고한 내면을 가진 고독한 개인들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자. 이것이 제가 오늘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자기해방의 글쓰기
59page
글을 쓴다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자유이며,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마지막 권리입니다.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세상의 폭력에 맞설 내적인 힘을 기르게 되고 자신의 내면도 직시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도 뭔가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는 직장이나 학교, 혹은 가정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나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겪었거나 현재도 겪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한계에 부딪쳤을 때 글쓰기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존한 것은 여러분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닙니다. 그런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20page
제대를 앞둔 병장이 말하기를, 자기는 집안 형편도 어렵고, 소위 말하는 스펙도 변변치 않고, 학벌도 시원찮은데, 자기 같은 젊은이가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그 병사에게 말했습니다.
"음, 잘 안 될 거예요."
그러자 잠들어 있던 병사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눈을 떠야 한다, 이런 직감들이 들었나봐요. 잠에서 깬 병사들에게 말했습니다. 보란듯이 성공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미안하지만, 여러분 앞에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나는 작가라 여러분에게 성공하는 법 같은 것은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아온다. <안나 카레리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만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 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육체의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기초대사량이 높아 살이 잘 찌지 않는다고 하지요. 감성근육이 발달한 사람 역시 더 많은 것을 느끼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잘 느끼는 것은 왜 중요할 까요? 자기 느낌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테이스팅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별점을 보고 와인을 고를까요? 평생 음악을 사랑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남의 평가만 듣고 콘서트 티켓을 살까요? 저만 해도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때 독자 서평이나 리뷰를 전혀 보지 않습니다. 한 작가가 저에게 한 번이라도 깊은 즐거움을 주었다면 그 즐거움은 제 정신과 육체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만약 그 작품에 실망했다면 그것 역시 고스란히 남습니다. 자신만의 느낌의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한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참고는 하겠지만 의존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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